휘청대는 파리의 밤거리. 뒤를 돌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지붕과 지붕의 틈으로 보이는 조각난 하늘에 달이 떠 있다. 달은 밤하늘의 여왕. 진주와 백금으로 성장한 귀부인의 우아한 낯. 마그리드는 저 얼굴을 알고 있다. 저 얼굴을 사무치도록 증오하고 있다.
그 얼굴에 흙탕물을 끼얹기 위해 얼마나 많은 협잡과 범죄가 필요했던가!
마그리드는 증오를 풀무로 삼아 불꽃처럼 타올랐더랬다. 이전의 그라면 차마 입에 담지 못했을 단어를 엮어 노래로 만들고 광장을 들개처럼 쏘다니며 전단을 뿌렸다. 수치도 고단함도 알지 못했다. 분노의 속성은 불꽃이었고 그것은 혁명을 비추는 태양처럼 타올랐다. 무엇이 무엇을 연료로 삼아 타오르고 있는가는 그때의 그에게 있어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진흙탕을 밟고 미끄러진 마그리드는 더러운 벽에 어깨를 들이받는다. 어지러웠다. 빈 속에 독한 술을 잔뜩 마신 것처럼 괴로운 기분이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어깨 너머를 돌아보면 달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 흠 하나 없는 진주처럼 고고하다. 죽은 공주의 귓불을 장식하던 진주알과 똑 닮았다.
눈을 뜬 채로 죽은 랑발 공주는 고생을 몰라 볼이 희었으나 곧 더러운 고깃조각이 되었다. 그때의 마그리드는 어떠했던가. 한순간 차올랐던 광기에 가까운 성취감과 쾌락은 곧 두려움으로 화했다. 마그리드의 심장 속에서 들끓던 용광로가 식어 깨어졌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미로 같은 골목 어딘가에서 주정뱅이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혁명을 노래하는 행진곡에 싸구려 가요의 음탕한 가사가 뒤섞여 있었다. 나는 고작 이런 것을 위해 그 모든 짓거리를 한 것인가? 달빛에 등이 떠밀린 마그리드는 술집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거나하게 취한 시민들은 죽은 공주의 시체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실패, 혁명의 위대함에 대해 광인처럼 떠들어대었다. 마그리드는 비명을 지른다.
“아냐!”
들끓는듯한 소란.
“이건 다 음모라고! 당신들 모두 오를레앙 공작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는 것 뿐이야!”
벽 위로 일렁이는 등잔의 빛은 마치 용광로 안에 있는 듯 붉다.
“살인자! 살인자들!”
마그리드는 부지불식간에 가슴이 떠밀려 술집 밖으로 나동그라진다. 진창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마주하면, 아!
휘청대는 파리의 밤거리. 달은 밤하늘의 여왕처럼 검푸른 구름 위에 도사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