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딱복2025-05-12 12:19

응시는 존재의 담보이다. 바라봄으로써 인간은 상대를 인식한다. 인식은 존재의 전제이다. 시선을 교환하는 것은 존재의 긍정이다.

오카다 이부키는 긴유 마르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선을 끈다는 것은 존재에게 압도당했다는 것이다. 긴유 마르샤는 일순간이나마 오카다 이부키를 압도했다. 그것은 어쩌면 긴유가 맹금을 닮은 인간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긴유가 배우다운 카리스마를 발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오카다와 긴유는 법률 사무소가 위치한 빌딩 1층의 커피숍에서 종종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선문답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거나 커피를 마실 뿐, 서로에게 살갑게 굴지는 않았다. 기실 오카다와 긴유는 살가움과는 거리가 먼 인간들이었다. 그들은 냉정한 정신과 집념으로 이루어진 존재였기에. 

둘은 이유도 찾지 못한 채로 서로를 만났다. 그것은 외면에 가까웠다. 오카다의 이성과 긴유의 직관은 만남의 까닭을 찾는 일을 적극적으로 회피했다. 까닭을 응시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을 그들은 알았다. 어떠한 감정은 직시하는 순간 명확성을 갖는다. 

그러나 오카다는 이따금 긴유의 눈을 바라보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정확하게는, 긴유의 안와 속에 비친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것은 마주본 채 서 있는 거울 속에서 헤메는 것 같은 감상을 주었다. 긴유의 안와속에 도사린 오카다의 눈. 그 속에 비친 오카다 이부키. 무한한 거울상.

긴유의 것이 된 오카다의 눈은, 본디 주인의 몸에 있는 그것과 확연히 달랐다. 오카다 이부키의 눈은 저런 방식으로 빛나지 않는다. 저런 색채로, 맹금처럼 번뜩이지 않는다. 긴유 마르샤의 응시凝視. 

응시鷹視.

 

커피숍의 테이블 위에 놓인 오카다의 손이 굳어졌다. 긴유 마르샤는 오카다 이부키의 일상 영역에 침입한 포식자였다. 오카다는 긴유가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옮기는 까닭을 알았다. 오카다는 보란 듯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평소의 그라면 결코 그런 식으로 웃지 않았으리라.

“내 손을 배고픈 것처럼 바라보는군, 긴유 양.”

긴유의 시선이 오카다의 눈으로 올라와 닿았다. 오카다는 어쩔 도리가 없이 긴장하고 만다. 불가항력이었다. 긴유는 폭발성을 감춘 채로 도사린 맹수 같은 여자였고, 대부분의 인간은 그를 앞에 두면 긴장했다.

혹은, 매료되었다.

오카다는 자신이 어느 쪽에 속하였는지를 외면한다. 그는 과시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긴유는 여전히 오카다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고 있는 것을 굳이 묻는 취미도 있던가, 변호사 아가씨.”

그들은 서로 닮은 면을 가진 인간들이었다. 오카다가 부정하려 해도 사실이 그러했다. 안구를 교환한 이후로는 닮다 못해 뒤섞인 인간들이 되어 버렸다. 오카다는 때로 긴유를 직감적인 방식으로 이해했고, 때로는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분석에 처참히 실패하곤 했다.

불가해에 이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오카다는 긴유의 앞에서 와해된다. 무력해진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정말로 끔찍한 기분이었던가.

그러나 오카다는 휩쓸리는 부류의 인간이 아닌 까닭으로.

“바라는 것이 명백하다면 내놓을 것 또한 명백해야겠지. 협상안을 제시해.”

“네 손가락 한 마디를 취하고 싶은데.”

긴유는 이를 드러낸 채 웃는다. 그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오카다가 손가락을 펴 내민다면 손끝이 닿을 거리. 체온과 존재감이 느껴진다. 긴유는 즐거운 낯으로 오카다의 잘린 손가락 한 마디를 상상했다. 삼키면 달군 숯처럼 뜨거운 그것을. 그러나.

“하지만 오카다 양. 아직은 때가 아니야.”

“때, 라고.”

“아직은 막이 내릴 때가 아니란 말이지.”

이 유희의 끝은 유예되어야만 했다. 살얼음판 위에서 눈과 손으로만 서로를 밀치고 끌어당기는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지속되어야 한다. 긴유는 이것이 즐거웠다. 자신보다 한참은 작은, 단정하고 싸늘한 차림새의 여자가 칼날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에 매료되었다. 이 재미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오카다의 불가해가 되어 줄 수 있었다.

긴유는 맹금 같은 눈을 하고 오카다를 바라본다. 비바람이 조각한 듯, 야생성이 절묘하게 깃든 낯이 얼핏 웃는 것도 같았다. 그 눈. 오카다 이부키를 응시하는 긴유 마르샤의 눈.

응시凝視. 응시鷹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