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와 현세가 교차하는 도시, 헬살렘즈 롯. 이 도시에서는 비일상이 일상이 되고 소란이 평화에 깃든다. 인간과 이계인이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며 스몰 토크를 하는 것은 일상이고, 평범한 소시민이 불운하게도 인체를 개조당해 괴물이 되거나 눈먼 저주에 당해 촉수로 변하거나 하는 것도 일상이다. 언제나 무엇인가로 가득 차 들끓어오르는 듯한 인세의 마경. 이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보통의 신경줄을 가지고는 곤란하다. 하물며 인간 아닌 것을 상대하기 위한 비밀결사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오죽할까.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레오나르도 워치의 신경줄은 위와 같은 경위로 철저하게 단련되었다. 레오나르도 워치-레오는 이제 지나가던 고양이의 입에서 전봇대만한 촉수가 튀어나와 행인을 잡아먹어도 그래 그렇구나 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의 수련이 모자란 모양이었다.
“우아아아악-!”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라이브라의 본부에 들어서며 쾌활한 인사를 건네던 레오는 저도 모르게 엽기 살인사건의 목격자 같은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영혼이 빨려나간 얼굴을 하고 소파에 늘어져 있던 재프가 동지를 만났다며 중얼거렸다.
“거봐요, 이건 악몽 같은 상황이라니까…. 존나 공포 그 자체라구요, 나리.”
인어의 눈물과
물거품의 저주에 대하여
크라우스 V. 라인헤르츠 X 스티븐 A. 스타페이즈
레오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쳐 물러나고 말았다. 재프가 그 광경을 보고 죽겠다며 웃어댔으나, 그 웃음은 머지않아 맥없이 잦아들었다. 재프 또한 엄습하는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레오는 벽에 딱 달라붙은 채로 이동해 재프에게 다가갔다.
“재프 씨, 이건 무슨 상황인가요? 제가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니겠죠?”
“유감스럽게도 환각이 아니다, 음모 머리. 이 씨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현실이란 말이다….”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내가 설명해주지, 소년.”
태연자약한 목소리가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레오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얼어붙어서는, 로봇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스, 스스스스티븐 씨.”
“응?”
“왜, 왜, 왜 울고 계신 건가요?”
레오의 사색이 된 얼굴을 본 스티븐이 웃음을 터뜨렸다. 볼이 흠뻑 젖도록 눈물을 쏟으면서.
스티븐 A. 스타페이즈는 죄 많은 남자였다. 그를 진심으로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들이라도 이 명제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스티븐은 명백히 매력적이었고 동시에 음험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기까지 하니, 죄 많은 남자가 되지 않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당사자인 스티븐 또한 스스로의 죄 많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는 자신이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개자식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존감이 낮다든가 자기 비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티븐은 사과를 보고 저것이 사과라고 말하는 것처럼 당연하게 자신을 죄인이라 여겼다.
당연한 일이었다. 스티븐은 오늘도 사람을 죽였다.
지난 주 수요일 저녁 일곱 시에 식사를 함께했던 무기상이었다. 스티븐은 그와 함께 팔이 여섯 개 달린 이계인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리소토를 먹었다. 그들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식사 말미에는 제법 친근해져 어깨를 두드리며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라이브라의 뒤를 캐어 비밀 결사의 정보를 범죄자 집단에게 팔아넘기려 했다.
스티븐은 식사가 끝난 이후부터 그에게 감시를 붙였기에 그의 배신 행각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증거를 잡았다면 이후는 간단한 일들뿐이었다. 스티븐은 합법의 영역과 불법의 영역을 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기상-그의 이름을 앨런이었다. 우스운 노릇이었다.-을 납치하는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몇 차례의 심문과 간단한 고문이 이어지고, 앨런은 뇌를 스캔당한 후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되어 강에 던져졌다. 이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 그는 스티븐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스티븐은 부하가 내민 손수건으로 그것을 무심히 닦으며 아주 싸늘한 눈을 했다. 마치 이깟 모욕은 아무 것도 아니라 말하듯이.
앨런의 DNA가 남았을 손수건을 소각하고, 집으로 돌아가 깨끗이 세수를 한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나면 라이브라의 본부로 출근할 때가 다 되어 있었다. 스티븐이 가장 좋아하는 평온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세상의 존폐를 걸고 동분서주하는 것을 평온하다고 칭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어쨌거나 스티븐에게는 그랬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본부에 들어가니 크라우스가 먼저 출근해 식물에 물을 주고 있었다. 스티븐은 환히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사소한 이야깃거리를 꺼내어 놓는다. 간밤에는 잘 잤는지, 식물들은 잘 자라고 있는 것인지를 물으면 크라우스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스티븐의 안부를 물어 온다.
스티븐은 태연한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어제는 저녁에 커피를 안 마셔서 일찍 잠들 수 있었지 뭐야. 아침까지 푹 자고 일어났어.”
“음. 다행이로군. 자네는 자주 무리를 하니까 걱정이 된다네.”
“자네도 참. 다 큰 어른인데 걱정할 게 뭐 있어?”
하하, 기분 좋은 웃음소리. 스티븐은 자신이 다소 들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여기엔 둘 뿐인걸. 크라우스는 언제나 스티븐을 안심하게 했다. 그의 곁에 있을 때면 스티븐은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게 이완될 수 있었다.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바보처럼 웃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크라우스는 스티븐을 팽팽히 긴장시켰다. 그의 앞에 설 때면 스티븐은 언제나 거짓과 기만으로 자신을 감추어야만 했다. 저녁 식사를 했느냐는 질문에도 사실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잘 잤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언제나 거짓이었다.
그것이 스티븐을 괴롭게 했다.
크라우스 폰 라인헤르츠는 고결한 남자였다. 이 진흙탕 같은 세상에 강림한 성자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스티븐은 오직 그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 악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그 죄악들은 영영 비밀에 부쳐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크라우스를 위해 크라우스를 기만한다. 우습지도 않은 농담 같지만, 그래야만 했다.
스티븐이 씁쓸함을 감추며 고개를 돌린 순간, ‘그 일’이 벌어졌다.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든 것을 감각한 스티븐은, 지금 비가 오고 있나 하며 하늘을 확인했다. 그 이후에는 크라우스가 창문을 열어 두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하늘은 쾌청하게 맑고 창문은 닫혀 있었다. 눈가로부터 시작된 물방울의 궤적은 왼뺨의 흉터를 적시며 턱으로 흘렀다. 스티븐은 아직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며 크라우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크라우스는 경악에 젖어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기가 기가프트마시프 백작에게 날개가 달려 하늘로 날아오른대도 저런 표정을 짓지는 않을 것 같았다.
“크라우스, 자네…?”
스티븐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크라우스가 떨리는 손을 들어 스티븐의 뺨을 감싸 들어올렸다. 반쯤 무의식적인 행동 같았다. 굳은살이 박혀 거칠고 딱딱한 엄지가 스티븐의 젖은 눈가를 쓸었다. 스티븐은 의문에 차 눈가를 찌푸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크라우스가 한 발 더 빨랐다.
“자네, 괜찮은가? 무슨 일인가? 무언가… 자네를 곤란하게 하는 일이라도 생긴 건가? 괜찮다면 부디 내게도 말해 주게. 자네를 위해서라면 난….”
“잠깐, 잠깐! 크라우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곤란한 일이 생겨? 아니, 그보다 얼굴에 뭐가 떨어진 거지….”
큼직한 손에 뺨이 쥐인 채, 스티븐이 손등으로 뺨을 훔쳤다. 얼굴을 적시는 무언가는 점점 양이 늘어, 이제는 턱을 타고 아래로 뚝뚝 떨어질 지경에 이르렀다.
“자네, 자네… 울고 있잖은가.”
크라우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내뱉었다. 스티븐은 그제서야 자신의 얼굴을 흥건히 적신 액체가 눈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멍청한 얼굴로 입을 떡 벌렸다.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닌가? 자네가 이리 울다니….”
크라우스의 얼굴이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졌다. 지나가던 아이가 보면 즉시 기절하고 성인이 봐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은 표정이었다. 스티븐은 생리적으로 공포를 느꼈으나, 동시에 이유도 모르게 유쾌해졌다. 저 신사적인 남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사소한 이변에 이토록 어쩔 줄을 몰라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영영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법. 스티븐은 크라우스의 손을 부드럽게 내려 치우고, 그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젖은 뺨을 다시 한 번 훔쳤다.
“아냐. 크라우스. 나는 별 일 없네. 내가 울고 있다는 것도 방금 알았는걸. 그러니 걱정은 그만둬. 또 위통이 도지면 어쩌나?”
“정말인가?”
“그럼, 정말이고말고.”
스티븐은 크라우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어 보였으나, 그의 심각한 표정은 여전했다. 둘은 잠시 상의한 끝에 이계인 의사가 운영하는 안과에 가 보기로 하였다. 이계의 꽃가루 따위가 눈에 들어가 알러지 반응이 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눈이 세 쌍씩 세 개쯤 달린 의사가 스티븐의 눈에 빛을 비추어 보고 눈꺼풀을 들추며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스티븐은 여전히 눈물을 줄줄 흘리며 검사에 협조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아, 이건 의학적인 문제라곤 볼 수가 없어요. 환자분의 눈은 완벽하게 정상입니다. 시력도 좋네요. 의학이 아닌 영역에서 원인을 찾아 보시는 것이 좋겠어요.”
병원 로비의 대기석에 앉아 스티븐을 기다리던 크라우스가 검사 결과를 전해듣고 배를 움켜잡았다. 고질적인 위통이 도진 것이다. 그의 무서운 표정 때문에 환자들이 기겁하며 흩어졌다. 그들은 별 수확 없이 라이브라 본부로 돌아와야만 했다. 길베르트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스티븐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곤란한걸. 눈물이 흐르는 것 외에는 이상이 없다지만, 이래서야 미팅이나 식사 자리에 나갈 수 없겠어.”
“지금 미팅이나 식사 자리가 문제가 아닐세. 이렇게 계속 울다가는 눈가가 전부 짓무를 게 아닌가. 게다가 자네의 눈물을 보니….”
“하하, 크라우스. 눈가가 쓰라린 것 정도는 상관없잖아. 진짜로 우는 것도 아니니 마음 쓸 것 없네.”
크라우스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스티븐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묻고 싶었으나, 이유 모를 슬픔에 잠긴 듯한 그의 옆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내내 묵묵하던 크라우스는 차에서 내리며 스티븐을 황송할 정도로 정중하게 부축해 그를 웃게 만들었다.
“…그렇게 된 걸세, 소년.”
“그렇군요. 휴우, 정말 놀랐어요. 정말로 통증이나 다른 이상은 없으신 거 맞죠?”
스티븐의 짧은 설명을 들은 레오는 곧바로 스티븐을 염려했다. 역시 좋은 사람이다, 이 녀석은. 그리 생각한 스티븐은 싱긋 미소짓는다.
“그럼. 정말로 멀쩡해. 다만 계속 이럴 수는 없으니 해결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지.”
“스티븐 씨, 괜찮으시다면 제가 한 번 살펴봐도 될까요?”
“자네가? 아, 그래. 자네의 눈이라면 뭔가 보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부탁하지.”
레오와 스티븐이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왠지 세계의 존망이 걸려 있을 때보다 더 긴장한 레오가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킨 후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신의 의안을 가진 소년이 새파란 안구로 스티븐의 검붉은 눈을 바라본다.
“어떤가, 레오 군. 무언가 보이는 것이 있나?”
크라우스가 당사자인 스티븐보다 더 어쩔 줄 몰라하며 물었다. 레오가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눈을 둘러싸고 무언가 쓰여 있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레오는 스티븐의 눈에 시선을 고정한 채 종이에 자신이 본 것을 옮겨 적었다. 크라우스와 스티븐, 재프가 머리를 맞대고 손바닥만 한 메모지에 적인 그것을 읽는다.
“어이, 나리. 이거 주술 같은데?”
“그렇군. 일종의 주술을 위한 문장 같아. 스티븐, 자네가 보기에도 그런가?”
“응, 그렇네.”
스티븐은 무언가 다른 것에 넋이 팔린 사람처럼 열없이 대답했다. 크라우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그는 최근에 자신이 죽이거나 기만한 사람의 주변에 주술사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있었다.
“스티븐?”
“어, 응?”
“자네 괜찮은가?”
“괜찮지 않을 게 뭐가 있겠어.”
스티븐은 이미 버릇이 된 것처럼 손등으로 볼을 훔친 후 뒤늦게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뒤늦게 본부에 도착한 체인이 스티븐의 눈물을 보고 기절할 뻔 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평화로운 하루가 지났다. 스티븐은 종일 눈물을 흘리다가 결국 크라우스의 권유에 따라 조퇴를 한 상태였다. 크라우스는 창가에 서서 노을에 잠긴 도시의 정경을 바라본다.
해는 마천루의 스카이라인 너머로 잠겨들었고, 남은 빛이 하늘을 검붉게 밝히고 있었다. 크라우스는 그 색으로부터 스티븐의 눈을 떠올렸다. 눈물에 젖어 어렴풋하게 반짝이던 그 눈. 크라우스는 스티븐의 눈물을 오늘 처음 보았다. 그와 만나고, 동료가 되고, 서로를 친구로 여기게 된 그 긴 시간 동안 스티븐 스타페이즈라는 남자는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이 없었다.
아침의 볕 아래서 그가 첫 눈물을 떨어뜨렸던 순간, 크라우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가 아는 스티븐은 눈물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인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실해진 후, 크라우스는 짧지만 맹렬한 분노를 느꼈다. 누군가가 그를 울게 했다는 생각에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대상에게 분노를 품은 것이다. 그것은 살의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거칠고,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사나운. 크라우스 폰 라인헤르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스티븐은 언제나 크라우스의 새로운 면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를 만난 이후로 크라우스는 천박한 농담의 즐거움을, 허풍의 요령을, 부도덕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깊은 우정이 주는 유대감과 은밀한 감정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알게 되었다.
정원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사랑은 왔다. 크라우스는 그것에 어깨가 젖는 줄도 모르고 스티븐을 바라보았고, 자각한 이후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첫사랑이었다.
그의 눈물은 크라우스의 심장에 패인 자국을 남겼다. 이 순간, 스티븐의 눈처럼 검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선 크라우스는 새삼스럽게도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의 눈물을 그치게 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슬프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크라우스는 스티븐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스티븐에게 걸려 있는 주술을 해주하고, 창가에서 기르고 있는 튤립이 완전히 피거든, 그것을 다발로 엮어 그에게 건네는 것이다. 빨간색과 분홍색 튤립을 리본으로 묶은 꽃다발을 선물하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들은 함께한 시간이 길었고, 크라우스는 스티븐을 잘 알았다. 그가 어떻게 웃고 어떤 식으로 말하는지를, 자신이 무엇인가 행동을 하면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랑을 고백할 때 그가 어떤 대답을 돌려줄지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곤란한 듯 웃을까? 아니면 싸늘하게 거절할까? 그도 아니면….
크라우스는 의식적으로 생각을 끊고 긴 숨을 내쉬었다.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두려워하며 걱정하는 것은 크라우스의 방식이 아니었다. 우선, 스티븐을 도와 해주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그에게 정중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는 의지를 다지며 해가 저문 창가로부터 몸을 돌렸다.
자정이 가까운 깊은 밤이었다. 스티븐은 인기척도 감추지 않은 채 헬살렘즈 롯의 뒷골목을 걸었다. 그의 그림자 안에서 수하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스티븐은 신경질적으로 볼을 훔쳤다. 웃음기 하나 없이 싸늘한 낯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낮 시간 라이브라의 본부에서 짓고 있었던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은 자취조차도 찾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싸구려 술집과 시뻘건 간판을 단 풍속 업소 사이를 지나, 덕지덕지 붙은 포스터 사이에 반쯤 가려진 문 앞에 섰다. 노크조차 없이 문을 걷어차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허름하기 그지없었으며 대체 뭐 하는 곳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난잡했다. 스티븐은 망설임 없이 좁은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의 그림자를 타고 들어온 것들이 뒤를 따랐다.
“로렐라이.”
칼날 같은 목소리. 크라우스가 본다면 기함할 정도로 살기가 깃든 얼굴. 지칠 정도로 눈물을 흘려댔음에도 스티븐의 눈은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트가 찢어지고 스프링이 드러난 소파에 몸을 묻고 있던 여자가 킥킥대며 웃었다.
“장관이네, 스티븐. 우는 모습이 근사하게 어울리는걸.”
“역시 네가 맞았군.”
“생각보다 빨리 눈치챘네? 어떻게 알았어?”
“우리 쪽에 눈이 좋은 친구가 있어서 말이지.”
로렐라이라 불린 여자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피로하고 신경질적인 기색이 묻어나는 웃음이었다. 스티븐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랬지?”
“왜 그랬느냐고.”
얼룩덜룩한 금발을 손가락으로 꼬며, 그는 속삭인다.
“나만 울면 억울하잖아. 나는 당신을 정말로 좋아했는데, 당신은 아니었으니까.”
스티븐이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고작 그것 때문에?”
“고작이라니, 스티븐. 사랑은 고작이 아냐. 나는 당신 때문에 사흘 밤낮을 꼬박 눈물로 지새웠다고.”
“우습지도 않군.”
“정말로 우습지도 않게 될 걸, 스티븐. 내가 사흘을 울었다고 했지? 이제 이틀 남은 거야.”
“…무슨 의미지?”
“이틀 내로 해주하지 못하면 당신의 그 예쁜 눈알이 물거품처럼 녹아 없어질 거라는 얘기지.”
스티븐은 양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신발 밑창으로 바닥을 비볐다. 그의 발 주위로 살얼음이 끼며 냉기가 피어올랐다. 로렐라이는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두려움 없이 말을 이었다.
“나를 죽여도 저주는 사라지지 않아. 하지만 걱정 마, 스티븐. 해주 방법을 알려줄게. 나는 당신과는 다르게 인정이 넘치는 사람이거든.”
“어서 말하기나 해.”
“당신이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면, 저주는 사라질 거야.”
“뭐?”
“당신 같은 냉혈한에게는 딱 어울리는 방법이지? 하하….”
로렐라이는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듯 박수를 치며 웃어대었다. 화장이 번져 엉망인 얼굴로, 우는 것처럼 낯을 찌푸린 채로. 스티븐은 그런 로렐라이를 한참 동안 쏘아보다가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희미한 불빛을 등져 짙게 그림자가 진 그의 얼굴에는 증오라고 해도 좋을 분노가 떠올라 있었다.
진심으로 울라고? 웃기지도 않는 개소리를. 스티븐은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아붙였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어두운 골목길을 빠르게 걸으며, 그는 자신과 로렐라이 모두를 야멸차게 비웃어 주었다.
로렐라이는 인어의 혈통을 이은 강력한 주술사였고, 스티븐은 그의 저주가 필요하여 그에게 접근했다. 몇 번의 입맞춤과 달콤한 말 몇 마디만으로 로렐라이는 스티븐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 젊은 여자애는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스티븐은 그것을 알면서도, 아니, 그것을 알기에 로렐라이를 선택한 것이었다. 자신이 쓰레기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으나 상관없었다.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크라우스가 사랑하는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눈물이 떨어져 셔츠를 적실 지경이었다. 스티븐은 관성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골목을 빠져나왔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펑펑 울며 빠르게 걷는 키 큰 남자는 굉장한 박력을 가지고 있는지라, 행인들이 그를 슬슬 피해 걸었다.
스티븐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집까지 걸어 가기로 정했다. 그는 이성적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이제 와서 로렐라이 혹은 자신에게 화를 내 봐야 아무 의미 없는 짓이었다. 진심으로 울어야 한다고. 그렇다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는 자신이 냉혈한임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린 것이 언제인지조차 까마득했다. 스티븐 스타페이즈의 삶에서 울음은 사치였다. 그리고 그는 사치 따위는 질색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필요에 의해서라도 울어야 할 때였다. 슬픈 영화라도 봐야 하나, 하고 생각하며 모퉁이를 돈 스티븐은 자신의 멘션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는 반색하며 손을 들어올린다.
“크라우스! 여기까진 어쩐 일인가?”
“아, 스티븐. 아무래도 자네가 걱정되어서 와 봤는데, 집에 없는 것 같기에 기다리고 있었네.”
“그러면 들어가 있지 그랬어. 왜 힘들게 밖에 서 있나?”
“주인이 없는 집에 들어가 있을 수는 없네.”
“하하, 자네도 참. 어서 올라가지.”
스티븐은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이 덩치 크고 점잖은 도련님은 언제나 그를 웃게 했다.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 버튼을 누르는데, 문득 크라우스의 손이 스티븐의 눈가와 뺨을 부드럽게 문지르고 지나갔다.
“크라우스?”
“미, 미안하네. 눈물이 계속 흐르고 있으니 마음이 쓰여서 그만.”
손을 거두며 정중하게 사과하는 크라우스에게 스티븐은 미소를 돌려주었다. 괜찮아. 걱정해서 그런 건데 뭐 어때. 태평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실내의 조명을 켠다.
“그런데 어디에 다녀오는 길인가?”
“아아, 저주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러 좀.”
“역시 자네는 성실하군.”
“뭘 그렇게까지…. 일단 앉게. 마실 거라도 좀 내오지.”
“고맙네.”
스티븐은 도수가 낮은 와인을 꺼내고 햄과 견과류로 간단한 안주를 준비했다. 크라우스에게 와인을 따라 건네었지만 그는 잔을 받아들 뿐 마시지는 않았다. 온 정신이 스티븐의 눈에 쏠려 있는 것이 분명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둘 다 있어. 우선, 해주 방법을 발견했네.”
“그거 정말 다행이로군! 어떻게 하면 되나? 자네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네.”
“하하, 영광인걸. 나쁜 소식은, 그 해주 방법이 아주 어처구니가 없다는 거야. 내가 진심으로 울지 않으면 사흘 후 눈이 녹아 사라진다더군.”
“…뭐라고?”
크라우스의 낯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아주 느린 속도로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마치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것을 쥐어 깨트릴까 염려라도 하는 것처럼. 스티븐은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밝은 곳에서 크라우스의 얼굴을 보니 비로소 명징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크라우스.”
“말하게, 스티븐.”
“체계를 좀 손봐야 할 것 같아. 라이브라의…. 내가 눈이 멀어도 굴러갈 수 있게끔 말야.”
스티븐은 눈에 가득 고인 눈물 너머로 크라우스가 참담한 낯이 되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왜 그런 말을 하는가, 스티븐. 해주를 하면 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크라우스. 무리인 것 알잖아.”
크라우스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스티븐의 삶을 알았다. 그에게 울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행위인가를 알고 있었다.
“…나는 자네를 잃을 수 없네.”
“크라우스. 내가 어딜 가버리게 되는 건 아니잖아. 물론 일선에선 물러나야 하겠지만….”
“하지만.”
더 이상 자네와 일상 전부를 함께할 수는 없잖은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터져나오려는 말을 삼킨 크라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완강한 거부의 표시였다.
“크라우스.”
달래는 듯한 목소리. 스티븐은 눈물을 훔치며,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을 두르고 말했다.
“세상을 잘 뒤져 보면 나보다 유능한 부관이야 얼마든지 있을 걸세. 보안을 염려하는 것이라면 주술로 함구의 맹세를….”
“스티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미안하네. 염려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말했듯, 나는 자네를 잃을 수 없네. 세상 모든 비극을 다 가져와 자네에게 읽히는 한이 있더라도.”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남은 기한은 이틀이니 지금이라도 준비를 시작해야 해. 그런다고 우리의 우정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은가.”
“아니. 나는 자네가 아니면 안 돼.”
크라우스는 다시금 손을 들어 스티븐의 볼을 감쌌다. 종일 눈물을 흘려 붉게 짓무른 눈가를 엄지로 부드럽게 쓸어 보았다. 물막이 덮여 반짝이는 그 눈동자. 그것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세상이 온통 그림자로 뒤덮이는 기분인데, 어떻게 그를 포기하란 말인가.
“자네가 아니면 안 되네, 스티븐. 자네 없인 안 돼.”
크라우스는 스티븐의 눈을 마주보며 선언한다.
“나는 자네를 사랑하네. 자네를 포기할 수는 없어.”
스티븐이 무언가를 잘못 들은 사람처럼 눈을 깜빡였다.
“잠시만, 뭐라고?”
“자네를 사랑하네. 본래는 튤립 꽃다발과 함께 고백할 생각이었네만, 마음이 급해 그만.”
그제야 크라우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스티븐이 급한 숨을 들이켜며 상체를 젖혔다. 그 서슬에 크라우스의 손이 스티븐의 뺨을 놓쳐 어정쩡한 상태로 손이 떠 있게 되었다.
“자네가, 나를?”
“그렇네.”
“…어째서?”
스티븐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반사적인 질문을 던졌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대체 왜? 나는 네게 절대로 말하지 못할 수만 가지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데. 네게 거짓을 말하고 너를 기만했는데. 지옥에 떨어져야 마땅한 죄인인데. 너를 위해 너를 속여 왔는데.
“왜 나를 사랑하지?”
“스티븐.”
“나는 좋은 사람이 아냐, 크라우스. 자네가 아는 나는 거짓으로 포장된 결과물에 불과하다고. 자네처럼 좋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사랑할 만한 인간이 못 돼.”
“스티븐.”
크라우스의 부름에 눈을 들자,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페리도트 빛깔의 눈동자가 스티븐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 속에는 확신이 있다. 흔들림 없는 애정과 믿음이 스티븐을 향해 빛나고 있다.
“나는 자네를 사랑하네.”
이토록 뜨겁고 찬란한 것이었던가, 사랑이.
스티븐은 경이를 느낀다. 수도 없이 사랑을 꾸며 사람을 속이고 그들의 비밀을 탈취해 왔으면서도, 사랑이 이런 것인 줄은 몰랐다. 이렇게나 환하고 단단한 마음인 줄은 알지 못했다.
크라우스가 스티븐의 양 손을 모아 쥐었다. 그는 안경 너머로 스티븐의 눈을 응시하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나를 받아 주겠는가, 스티븐?”
거절해야 한다. 스티븐은 괴로운 마음을 안고 입을 열고자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입술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거짓을 안고 그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를 밀어내야만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스티븐은 크라우스의 손 안에 감싸인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상처투성이의 큼직한 손이 자신을 부드럽게 받들어 쥐고 있는 광경을.
그제야 무엇인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자신을 감싼 것이 옳은 듯 보였다. 스티븐은 자신이 크라우스의 손 안에서 안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사랑인 것 같았다.
깨닫자 문득 눈시울이 시큰하니 뜨거워졌다.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마치 일어나서는 안 될 기적만 같아 두려웠다. 그러나 이미 사랑은 선포되었고 돌이킬 수 없었다. 이 모든 거짓과 기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스티븐은 입을 연다.
“나도 자네를 사랑해.”
크라우스가 급한 숨을 삼켰다.
“정말인가?”
“그래, 나도 자네를 사랑해.”
이 모든 거짓과 기만에도 불구하고.
크라우스는 스티븐의 대답을 믿지 못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뒤늦게 표정을 가다듬었다. 스티븐은 그의 뺨과 귀, 목덜미가 벌겋게 단 것을 알아챘다. 아, 이 남자는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있구나. 그것을 자각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스티븐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눈가를 타고 흘렀던 미지근한 액체와는 다른, 뜨거운 눈물이었다.
“자네가 결국 나를 울렸군, 크라우스.”
“스티븐, 그 말은…?”
크라우스가 황급히 스티븐의 눈가에 손을 대어 보았다. 만져 본다고 한들 알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그의 애정과 염려가 느껴져 스티븐은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그러나 어쩔 줄을 모르고 행복에 겨워. 그런 스티븐을 크라우스가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오, 정말로 없어졌네요! 해주에 성공했어요!”
신의 의안을 뜬 채 스티븐의 눈가를 찬찬히 살피던 레오가 기뻐하며 외쳤다. 그의 눈이 틀릴 리는 없으니, 정말로 저주가 사라진 것이리라. 그렇잖아도 어젯밤부터 눈물이 멈춰 있던 것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레오에게 확인받은 것이다.
“다행이에요, 스티븐 씨.”
“그러게. 고맙네, 소년.”
스티븐은 멀끔한 얼굴로 씩 웃어 보였다. 사흘 내에 해주하지 못했다면 안구가 녹아 사라질 위기였다던가 하는 것은 함구하기로 크라우스와 상의해 둔 터였다.
“그런데 스티븐 씨. 해주 방법은 뭐였나요? 아니, 저주를 건 사람은 대체 누구였나요?”
“아아, 그게 말이지…. 그건 비밀일세.”
“네에? 알려 주세요!”
“스티븐! 이리 좀 와 보겠나?”
때마침 크라우스가 서류를 잔뜩 들고 스티븐을 부른 탓에 대화의 맥이 끊기고 말았다. 스티븐은 능청스럽게 웃는다.
“뭐, 해주가 되었으니 아무래도 좋은 거 아니겠나? 사소한 저주였으니 너무 신경쓰지 말게, 소년. 그럼 이만.”
레오가 크라우스에게로 걸어가는 스티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가. 잘 끝났으니 된 건가…?”
짧은 출장 도중 스티븐의 저주 소식을 듣고 저자극 물티슈를 잔뜩 사서 돌아온 제드가 조금 허탈해하기는 했으나, 이 또한 잘 끝났으니 된 이야기이다.